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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성대신문] 데이터로 상처를 치료하다, 디지털헬스
등록일 2016/11/11
조회수 2,850


인터뷰-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학과장 장동경교수

데이터로 상처를 치료하다, 디지털헬스

 

의료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의료가 치료에 국한되었지만 기술의 발달로 오늘날의 의료는 예측과 예방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지난 9월, 우리 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에서도 변화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과를 신설했다. 바로 의료 데이터과학을 연구하는 '디지털헬스학과'이다. 디지털헬스학과가 만들어진 것은 국내에서 우리 학교가 최초이다. 이에 학과장을 맞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장동경 교수를 만나 디지털헬스에 대해, 그리고 디지털헬스학과에 대해 들어보았다.


 

디지털헬스란 무엇인가, 의료 분야의 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가.
 보통 의료 분야의 한 영역이라고 하면 △내과 △소아과 △외과 등의 임상과를 말하는데, 디지털헬스가 그런 영역은 아니다. 디지털헬스는 쉽게 말해 사람의 건강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여 개인에게 최적화된 예방과 치료를 제공하여 맞춤형 의료를 실현하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헬스케어가 추구하는 것은 건강증진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론들이 존재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디지털헬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예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방법론들이 눈부신 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환자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여 새로운 치료 방법을 개발하곤 하였지만, 현대에 들어 기술이 발달하며 모을 수 있는 데이터의 수준은 이전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다양하고 방대해졌다.
이제는 한 사람의 유전자 정보를 통째로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병원뿐 아니라 병원 밖에서도 재택 모니터링 장비와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을 통해 건강 관련 데이터를 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를 필요한 곳에 전송하는 데이터 통신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달하였다. 즉 과거보다 환자에 대한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많아지면서 한 사람의 건강에 대한 이해가 총체적으로 가능해지는 시대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양질의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질병 발생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매우 정교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보다 환자 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현재의 의료도 근거 기반의 가이드라인 속에서 통계적인 바탕으로 가장 다수에게 혜택이 되는 방향으로 제공되고 있지만, 개인적 차이를 하나하나 반영하여 세밀하게 적용되는 수준은 아니다. 인간의 개인적 차이가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최선의 치료를 한다고 하여도, 특정인에게는 오히려 해가 되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한 사람의 데이터를 총체적으로 분석하여 이에 맞는 의료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헬스는 이와 같은 맞춤 헬스를 가능케 하는 방법론이다.

 

디지털헬스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아무래도 양질의 데이터가 필수적일 것 같다. 데이터 수급과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예전과 비교했을 때 양적인 측면에서 데이터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예전이 연못 수준이라면 지금은 바다만큼 방대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갈 길은 멀었다. 현재 우리의 환경에서는 아직 병원 밖의 데이터인 *라이프로그 데이터가 진료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단계는 아니다. 병원 내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능력도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마침 우리 병원에서는 다윈시스템이라는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는 기존의 것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료를 구축하기가 훨씬 쉽게 되어있다. 의료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을 표준화 하였고, 비정형적인 진료 데이터를 정형적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기 쉽도록 서식화하였다. 환자 진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운영계의 데이터를 분석 가능한 형태로 바꾸어 *임상데이터 웨어하우스를 구축하였다. 이를 통하여 마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와 같이 임상적 판단을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디지털헬스에서 사용되는 데이터와 정보를 다루는 분야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그리고 이를 통해 분석된 데이터는 의료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가.
 먼저 병원 내의 데이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구축, 관리,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의료 정보학, 즉 ‘메디컬 인포매틱스’가 있다. 그리고 *지노믹스 등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생명 현상과 임상적 의미 등을 밝혀내는 ‘바이오 인포매틱스’가 있다. 바이오 인포매틱스 영역에서 제대로 된 해석이 가능하려면 실험실에서 얻은 데이터에 양질의 임상 데이터들을 붙여서 연관 분석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디지털헬스에서는 메디컬 인포매틱스와 바이오 인포매틱스를 연결하고 통합하는데 관심이 있다. 그러므로 디지털헬스에서는 데이터의 연결성이 중요하다. 병원 밖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병원 내부로 들여와서 환자의 건강관리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상시적으로 하려는 시도를 ‘커넥티드 헬스(Connected Health)’라 부른다. 예를 들어 현재의 진료 현실에서는 만성당뇨환자를 그저 3개월에 한번 정도 외래에서 잠깐씩 보면서 진찰하는 게 전부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제대로 된 당뇨관리를 할 수 없다. 집에서도 혈당을 체크하고, 이 데이터가 자동으로 병원에 전달되고, 이에 맞추어 복용할 약과 식이와 적절한 운동 처방이 실시간으로 전달될 수 있다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당뇨 관리가 이루어지고, 그만큼 당뇨로 인한 합병증은 적어질 것이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얻어지는 환자의 정보들이 병원 내에서 검사 등을 통해 생성되는 정보와 유전 정보 등과 통합되어 분석된다면, 이전에는 잘 모르던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고혈압, 심부전증, 당뇨병 환자들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의 관리 수준은 커넥티드 헬스를 통해 더욱 향상될 것이다.

 

분야의 특성상 통합적 지식, 학문 간의 융합이 중요해 보인다.
 기본적인 의학적 지식은 당연히 필요하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의료 현장에서의 요구사항을 정확이 이해하지 못하면 실용적인 적용이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디지털헬스는 데이터를 근간으로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통계학과 같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서의 소양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시스템에 적용시키기 위해 코딩이나 프로그래밍과 같은 소프트웨어적 지식도 필요하다. 병원과 환자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코디네이터 역할이 필요하며, 이에는 간호사와 같은 배경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건강 앱 등의 개발을 위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사람도 필요하다. 당연히 이와 같은 영역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디지털헬스학과에서는 각각의 영역에 대한 세부적인 전문가를 키우려는 것이 아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자신만의 주특기를 가지고 있다면, 이곳에서 함께 어우러지면서 협업과 융합의 방식으로 디지털헬스를 구현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주력하고자 한다. 디지털헬스에서 데이터와 연결성이 중요하듯이 디지털헬스학과에서는 한 가지 이상의 주특기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 연합하고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능력을 배우고 발전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강의의 개설방향 및 수업방향도 이러한 방식을 구현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빅데이터 개론, 디지털헬스 개론과 같은 주요한 영역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서 배우고 통계분석프로그램, 기본적인 코딩, 비즈니스적인 관점도 함께 공부한다. 따라서 디지털헬스학과에서는 보통 두 명 이상의 지도 교수를 갖고 있다. 학과에서 강조하는 것이 필요한 게 있으면 네트워킹을 통해 협업하라는 것이다. 디지털헬스라는 분야는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디지털헬스를 전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요구되는가.
 학부생 때의 전공은 크게 상관이 없다. 이번 신입생들의 학부 전공을 보면, 통계학과, 신문방송학과, 경영학과, 간호학과, 컴퓨터공학과 등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다만 자기의 주특기가 하나도 없으면 힘들다. 개개인마다 주특기가 하나는 있어야 디지털헬스 영역에서 네트워킹을 통해 협업할 수 있다. 교수들이 그런 것을 많이 도와준다. 학생들이 뭘 하고 싶다고 하면 그걸 찾아준다. 학생들이 가진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요소가 뭔지 함께 생각하고, 없는 것은 찾아서 연결시켜준다. 디지털헬스학과는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것만을 공부해서는 성장할 수 있는 학과가 아니다. 학생들을 뽑을 때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자발적이고 호기심 있는지, 그리고 *자기 동기화 돼있는지 이다. 농담으로 우리는 전투력 있는 학생들을 뽑는다고 한다. 가만히 앉아서 하나에 몰두하는 사람도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우리 학과에서 원하는 학생은 다수의 전문가들과 현장에서 협업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졸업생들의 진출 분야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의료 데이터를 관리하는 의·생명정보 분야, 요즘 크게 화두가 되고 있는 IBM Watson과 같은 의학 인공지능분야, 커넥티드 헬스가 본격적으로 진료의 영역에 들어오면 이를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조직 내의 다양한 구성원, 임상 코디네이터, 디지털헬스 분야의 정책 입안에 관여하는 보건 관련 공무원, 디지털헬스 관련 의료 기기, 소프트웨어 등의 표준을 설정하는 분야, 그리고 이를 인증하는 분야 등 무궁무진하다. 미국의 건강 분야 벤처 투자에서 가장 크게 성장하는 분야가 디지털헬스이다. 이와 관련한 창업도 매우 유망할 것이다.

 

학과를 운영하는 데 선구자로서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나.
 아직 우리는 디지털헬스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다. 아직까지 모든 면에서 이 영역에 갖춰진 지도자가 존재하는 상황은 아니다. 교수진들도 가르치면서 학생들과 함께 스스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또한, 우리가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이 모두 갖춰지지는 않았다. 더 많은 전문가들이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신생 조직인 만큼 젊고 역동적이다. 매우 재미있게 발전하는 조직이다. 소위 ‘전투력 있는’ 학생들이 모인만큼 학생들도 자발성으로 뭉쳐져 있다.

 

앞으로의 학과 운영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학과 내에서 학생들이 많은 걸 얻을 수 있도록 해주려고 한다. 교수진들도 지금보다 더 확충하고자 한다. 학생들이 필요한 부분을 바로 도울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이 필요하다. 또한, 의료와 산업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분들을 초빙교수로 확보하려한다. 디지털헬스라는 분야는 실용적이게 접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 가지 주제에 깊이 파고드는 기초 학문이기보다는 실제 임상에 적용하고 효율성을 따지는 실용적인 학문이다. 얼마 전 독일의 선도적인 글로벌 기술 솔루션 기업인 TUV-SUD나 의료분야의 엑셀러레이터인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즈와 같은 조직과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학생들에게 보다 실용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앞으로도 학생들의 진출을 도울 수 있도록 다양한 조직과 연결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을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 재미있게 해야 한다. 재미있는 것을 찾아서 하게 되면 남들이 안하는 것을 하고 즐겁게 하게 된다. 도전의식을 갖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게 중요하다. 다양한 모색과 시도가 필요하다. 디지털헬스 분야는 새로운 분야이고, 분명히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할 분야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디지털헬스는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고 산업규모가 굉장히 크다. 우리나라도 곧 그렇게 될 것이다. 아직은 실제로 참여해서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지금 참여하는 사람들이 선구자가 될 것이고, 이 분야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성대신문_이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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