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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주 교수/언론보도] 한겨레 "평소 내 손이 닿지 않는 내 의료정보 "
No 60
Date 2017/09/27

 

 

 


안선주

(SAIHST 디지털헬스학과/ 초빙교수)

 

[사설ㆍ칼럼]

2017년 7월 3일 한겨레 "평소 내 손이 닿지 않는 내 의료정보"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801287.html

 

 

20007, 대한민국 의료계를 한여름의 땡볕보다 뜨겁게 달구었던, 의약분업이 실시되었다. 병원들은 실시 이전부터 비상사태에 돌입했고, 필자가 의료정보팀장으로 일하던 종합병원에서도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모두가 제일 궁금해한 두 가지 논점은 과연 의약분업을 시행하면 원외처방이 얼마나 발생하겠는가? 병원 수입은 얼마나 줄어들겠는가?’였다.

 

회의에서는 막연한 예측들이 오갔다. 하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의료정보 시스템을 통해서 의약분업 예외 대상으로 지정된 외래 진료과 월별 일평균 환자 수와 환자의 질병 진단 코드를 입력하니 최근 2년간 데이터에 근거해 하반기 원외처방 발생 대상 환자 수와 처방 건수 예측이 가능했다. 더욱이 이 예측은 의약분업 실시 후에 뽑아낸 실제 결과치와 작은 편차를 보임으로써 신뢰도 높은 데이터의 힘을 보여주었다.

 

의료정보 시스템의 효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 번은 외국으로 이민을 간 환자가 귀국을 해 10년 전에 자신이 처방받았던 약품 이름을 알고 싶다고 했다. 자기에게 부작용이 없는 유일한 약인데도 약품 이름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서 한국을 방문한 차에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당시는 전자의무기록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이었고, 의무기록의 보존 연한도 10년이었다. 다행히 기한이 지났음에도 병원 마이크로필름에 기록이 남아 있었고 환자가 원하던 약품 이름을 알려줄 수 있었다. 의료정보를 잘 보존한 덕택이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한 번은 필자가 아는 지인이 특정 항생제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말하지 않고 처방을 받는 바람에 알레르기로 고생을 하였다. 그런데 이후에도 동일 처방을 받아서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걸 목격했다. 의문이 들어 이유를 확인하니 지난번 알레르기 발생 기록이 의무기록에서 누락되어 있었다고 한다. 만약 알레르기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기재됐다면 똑같은 고통을 몇 번씩 겪어야 했을까.

 

어떻게 하면 양질의 데이터로 아픈 사람은 아프기 전에 예방을 하고, 건강한 사람은 계속 건강을 유지하게 할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의 꽃으로 빅데이터의 가치가 부상하면서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풀기 위해서 애쓰는 숙제이다.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개인 건강에 대한 데이터를 발생시킨다. 태아는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받고 해당 결과는 산모의 의무기록에 기재된다. 아기가 태어나면 육아수첩에 예방접종 내역과 신체 발달 상황을 기록하고, 청소년기에는 학생 건강검진을, 성인이 되어서는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아플 때마다 발생하는 의료 관련 데이터가 다양한 형태로 분산되어 축적된다.

 

최근에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유전 데이터의 분석까지 더해져 의료데이터의 힘이 막강해지고 있다. 의료정보에는 개인이 자각하는 주관적 데이터와 의학적인 근거가 분명한 객관적 데이터가 공존한다. 자신의 과거 질환과 현재의 건강 상태 등이 기초 정보가 되어 현재의 운동 수준 및 스트레스, 식습관을 유지할 경우 어떤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문제는 우리 개개인의 손에 이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병원진료기록이 필요하면 사본 발급을 신청하면 된다. 하지만 여러 의료기관에 분산되어 있으며, 호환되지 않으며, 단절되어 있다. 따라서 개개인이 원하는 때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의료정보를 획득하기 어렵다.

 

물론 최근 변화가 일긴 했다. 일부 대학병원이 고객 관리 차원에서 환자들의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전송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에는 온라인상으로 건강 정보의 열람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길 때 온라인으로 진료정보를 교류해서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아직은 활성화되지 않은 조치들이라서 혜택을 누리는 환자가 극소수다. 진료정보교류사업 역시 오랜 노력 끝에 이뤄진 결실이지만, 환자에게 질병이 발생했을 때 작동되는 교류일 뿐이다.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서 자신의 진료정보를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가지고, 활용하는 것과는 효과와 목표가 확연히 다르다.

 

건강과 질병은 개인의 유전자, 생활습관, 환경요인 등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정보가 필요하면 언제라도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하듯이, 우리의 의료정보도 정보주체인 개인이 조회하고, 내려받으며, 타 병원으로 전송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의 진료정보를 질병 예방을 위한 정보와 함께 도움이 되는 형태와 빈도로 개개인에게 제공하는 것이 그다음 절차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감한 정보에 해당되는 의료정보에 대한 보안 원칙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어떤가? 미국에서는 2009년 제정한 의료정보기술을 이용한 의료질 향상 법안’(HITECT ACT)에서 표준을 적용해서 인증된 전자의무기록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법률화하였다. 특히 환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서 진료받은 내용을 환자가 온라인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퇴역군인의 경우, 스마트폰 화면에서 파란색 버튼만 누르면 자신의 의료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해서 어디서든 연속성 있는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블루버튼의 정보 공유 효과는 커서 블루버튼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미국 전역까지 확대하는 중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표준화된 통합 병원 정보시스템을 도입했다. 스크린 오른쪽은 의료진이 검사로 확진한 병원 기록이고, 왼쪽은 환자가 건강 상태를 주관적으로 입력한 개인기록이다. 평소 환자가 경험한 증상을 진료 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환자 또는 환자가 지정한 대리인은 신원 확인을 거쳐 자신의 의료기록을 언제든지 조회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이 표준화된 시스템을 사용하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환자 중심의 의료 정보기술(IT)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정보 홍수 시대에 개인 삶의 가장 중요한 정보에 속하는 건강 관련 정보는 우리 손에 주어지지 않았다. 병원과 환자 간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 시급하다.

 

[출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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